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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모구리 야영장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1박을 추가로 더 할 계획이었다.

아무래도 하나로마트에서 잃어버린 것 같다는데 이 하나로마트가 추석 연휴기간 문을 닫고 내일이 되야 문을 연다고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추석 때 인사를 드리는 것도 같이 온 일행의 전화를 빌려서 짧게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울며 겨자먹기로 하루 더 있으려고 했는데 이게 왠걸, 짐을 정리하다 보니 텐트에서 휴대폰이 발견되었다 ㅡ,.ㅡ;;

내가 안 뒤져서 못 찾았다는 둥, 당신이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다는 둥 티격태격 하다가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로 이야기가 넘어갔다.

 

원래는 사려니숲길을 갔다가 내일 우도나 다녀올까 했었는데, 그 다음 날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차라리 오늘 우도에 들어가 1박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

혹시나 싶어 여객사에 전화를 해봤는데 다행히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추석 다음날인데도 사람이 안 붐비냐고 물어봤더니 그건 아니라며, 붐비지만 차량을 선적할 수는 있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긴 했지만 일단 들어갈 수는 있다고 하니 우도 여행(정확하게는 우도 캠핑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같이 온 일행은 우도를 벌써 두 번이나 다녀왔다고 해서 모구리 야영장에서 헤어졌고, 우리는 차를 달려 성산항 쪽으로 향했다.

 

도중에 큰 마트가 나와서 과일이니 발아현미햇반(비염 때문에)이니 이것저것 먹을 걸 준비했다.

1박2일 동안 먹을 식사였는데 무려 7만원이 나왔으니 왠지 사먹는 가격보다 더 나온 느낌이다.

 

성산항 근처에 거의 도착할 즈음에 나는 오전에 통화했던 내용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허허,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서 도로가 주차장이 되버린 상황.

 

사실 예전에도 연휴 때 우도에 들어가려고 왔다가 차가 하도 많아서 돌아섰던 때가 있었다.

오늘도 그 때 처럼 돌아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래도 아내가 이번에는 우도에 반드시 들어가자고 해서 방금 전 마트에서 산 강냉이를 씹어대며 꿋꿋하게 나아갔다.

 

그래도 한 20분 정도 만에 항구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여기도 뭐 전쟁통과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아내는 티켓을 끊어오겠다고 도중에 내려서 사라졌고, 나는 찾다보니 주차할 곳이 생겨서 주차를 하고 애들을 데리고 매표소로 향했다.

하지만 아내가 그사이 매표를 끝마쳤는지 보이질 않았고, 나도 밖에서 아내를 찾다가 할 수 없이 애들을 데리고 다시 자동차로 돌아갔다.

이후 아내가 자동차를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차량들이 줄 서 있는 곳으로 나왔는데, 거기서도 한참을 기다렸다가 겨우 아내와 상봉할 수 있었다.

아내도 우리 차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고 하는데, 내가 이미 배타는 곳으로 줄 서서 들어간 줄 알았댄다.

배를 타는 곳도 차량들이 열을 맞춰 쭈루룩 세워져 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바로 줄 서러 올 걸 그랬다;;

 

이후에는 또 다시 기다림의 시간.

내가 제일 꼬리에 붙었는데, 또 다시 20분 정도 지나니 우리 줄이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하지만 반 정도만 들어가서 우리 차량이 중간 쯤 위치하게 되었는데, 그 때부터 내 뒤쪽으로 새치기 하는 차량들이 얼마나 많던지ㅋㅋㅋ

 

우리쪽 열은 끝났기 때문에 다른 열부터 다시 차곡차곡 줄을 서야 하는데, 눈치를 챈 기회주의자들이 내 뒤에 서면 바로 들어갈 줄 알고 낼롬낼롬 줄을 섰다(어떤 녀석은 내 앞으로 싹~ 끼어들기까지 했다)

그러면 주차관리요원이 와서 다시 차를 빼라고 알려주었는데, 어떤 자동차에선 큰 소리까지 치면서 싸우기까지 하더라;;

또한 중년 층 말고, 어린 자녀가 있는 30~40대도 새치기를 하는 걸 보니 우리나라에서 질서 의식을 바라는 건 참 요원한 일인 모양이다.

 

 

 

 

 

 

 

아이들도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답답했던지 차 안에서 발버둥을 쳐서 조금 힘들긴 했다.

이럴 땐 갤럭시탭 같은 것으로 만화나 유아 방송을 틀어주면 참 좋을 텐데, 나중에 해외 여행을 나갈 때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어쨌든 우리 차례가 드디어 찾아와서 그렇게 기대했던 우도행 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우도와 성산항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배는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내내 차 안에 갖혀있었으니 바람 좀 쐴 겸 갑판 위로 올라가 시원한 바닷 바람을 맞았다.

선실 한쪽에는 새우깡 과자를 팔았는데, 아마도 갈매기들에게 줄 먹이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자신이 먹고 싶다며 나에게 돈을 요구해 새우깡 한 봉지를 구매했다.

배가 출발하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안타깝게도 갈매기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보다 앞서 간 배에는 갈매기들이 달라붙어 있었는데, 아마도 그 배 때문에 우리 배에 갈매기들이 안 온 모양이다.

애들에게 재미난 경험 하나를 시켜주고 싶었는데 말이다~

(뭐, 예전에 강화도에서 석모도 갈 때 그리고 인천 항구 근처에서 그런 경험을 하긴 했지만 워낙에 어려서 기억도 못 할 것이다)

 

 

 

 

 

 

 

 

 

 

몇 번이나 가려다 못 갔던 우도 땅을 밟은 나의 첫 소감은 이랬다.

 

복.잡.하.다.

 

와, 이렇게 복잡한 동네는 난생 처음이다(in 제주).

사실 배 안에서 차량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데 길은 안 막힐까 걱정이 되었다.

허나 멀리서 바라보니 해안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별로 없어서 우도 땅이 크다 보니 괜찮은가보다 싶었다.

그러나 도착을 해보니 문제는 자동차가 아니었다.

바로 오토바이, 사륜구동 ATV, 3인용 툭툭이(?), 자전거까지 해서 온갖 교통수단들이 도로를 장악하고 있었다.

얘네들이 속도가 그렇게 빠른 것도 아닌 데다 길까지 좁은 탓에 양쪽에서 차가 오거나 코너길 혹은 버스가 다닐 때는 여지 없이 교통 정체가 일어났다.

이 좁은 섬안에서 얼마나 많고, 다양한 교통수단들이 돌아다닌지 참 정신산만했다.

 

그래서 원래 계획은 여유롭게 한바퀴 돌면서 구경하다가 캠핑할 곳을 찾는 거였는데, 구경이고 뭐고 우도봉, 검멀레해변이 있는 쪽으로 한바퀴 휙 돌아서 바로 비양도에 들어갔다.

우도에 오기 전에 알아보니 사람들이 비양도에 캠핑을 많이 한다고 하던데, 실제로 비양도 안으로 들어가보니 텐트가 10여동 보이는 등 상당히 붐볐다.

그래도 캠핑 사이트가 워낙에 넓기 때문에 다른 텐트들과 간격은 넉넉했다.

다만 우도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자리다보니 바닷바람이 어찌나 매섭게 불던지;;;

그래서 돌담 전망대 뒤쪽으로 그나마 바람이 적게 치는 곳에 자리를 잡고 우리의 원터치 텐트를 펼쳤다.

 

 

 

 

 

 

 

 

 

 

아이들은 차 안에서 내내 시달렸기 때문인지 쿨쿨 잠을 자고 있었고, 나와 아내만 열심히 짐을 날라 우리의 캠핑 사이트를 구축했다.

이후 밥을 먹기 위해서 하수고동해변으로 향했는데 딱히 밥 먹을 자리가 보이질 않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텐트 보수를 위한 녹색 테이프만 마트에서 구입한 뒤에 다시 텐트로 돌아갔다.

 

다행히 우리의 텐트는 거센 바람에도 잘 버텨주고 있었고, 우리는 밥을 먹기 위해 최소한의 그늘막을 열심히 만들었다.

재밌는 점은 그늘막을 다 만들고 나니 해가 구름 사이로 들어갔다는 것...

 

가져온 도구가 별로 없어 물을 끓이는 대신 햇반을 아예 압력 밥솥에 취사를 시켰고, 반찬은 장조림 하나로 대충 때웠다.

아이들은 떡국, 아내는 장터해장국을 먹었는데, 요런 식사를 하는데 어떻게 장본 가격은 7만원이 나왔는지 참 의아하다.

 

점심(?) 식사를 대충 끝내자 시간이 오후 5시가 넘어갔는데, 그냥 비양도에 죽치고 앉아 있기엔 심심해서 애들을 끌고 우도봉에 오르기로 했다.

그래야 애들도 피곤해서 오늘 저녁에 일찍 잘 테고 말이다.

 

 

 

 

 

 

 

 

비양도에서 우도봉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우도가 제주도 부속섬이라고 해도 결코 작지는 않은 데다 길도 구불구불하고 협소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모양이다.

하긴 우도에서 버스가 괜히 운행하는 건 아니리라~

 

아내는 그래도 우도에 왔으니 특산품을 맛봐야 한다고 주장해서 우도 명물인 땅콩아이스크림을 맛보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이 우도 명물이라는 것이 언제부터 브랜드가 되었는지 참 우습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도 땅콩이라는 브랜드가 없었는데, 지금은 우도 하면 바로 땅콩 아이스크림이 연관 검색어로 따라올 정도로 이제는 뗼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버렸다.

그래서 우도의 모든 관광지에선 이 땅콩 아이스크림을 수제로 판매한다고 써붙여 놨는데, 이 모든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건 아마 우도에 사는 사람이라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우도봉 주차장에 있는 상점에서 땅콩 아이스크림을 3천원 주고 구매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맛있다고 덤벼들었지만 나는 딱히~ 그냥 soso한 맛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많이 먹고 감기에 걸릴까봐 억지로 많이 먹었는데 덕분에 콧물이 찔끔찔끔 나오긴 했다. 아, 이놈의 비염~!

 

 

 

 

 

 

 

 

 

 

 

땅콩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뒤 이제 본격적인 우도봉 등반 일정이 남았다.

그래도 오늘은 크게 체력을 소비한 일이 없어서인지 우리 애들이 가파른 비탈길을 잘 올라가 주었다.

하긴 성산일출봉도 두 다리와 두 팔로(?) 꿋꿋하게 올라간 녀석들이니 우도봉 쯤이야 준비운동도 되지 않으리라.

 

시간이 늦어서 이미 먼 하늘에는 붉은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다른 코스는 돌아보지 못 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뭐 되는 대로 여행을 해야겠지.

 

아, 한 가지 이 시간 대에 우도 여행을 하면서 좋았던 점이 바로 관광객이 없었다는 것이다.

자전거부대, 오토바이부대, ATV부대 등등 배를 타고 들어왔던 여행객들이 다시 배를 타고 다 빠져나갔기 때문에 도로가 한산하고 관광지도 여유로워서 무척 좋았다.

아내도 나와 같이 이런 한산한 분위기를 좋아했기에 우리 가족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우도봉을 구경했다.

 

 

 

 

 

 

 

 

 

 

 

우도봉 자체가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섬이라는 이유 떄문에 주변이 탁 트였고, 저 멀리 구름에 가리긴 했지만 한라산도 보여서 경치는 참 좋았다.

 

나는 이왕 온 김에 길이 가파르긴 하지만 정상까지 올라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아내는 예전에 오기도 했고, 힘도 들다며 중도 하차를 선언!

꾀돌이 아들 녀석은 바로 눈치를 채고 아내의 손을 잡았고, 큰 딸만 우직하게 내 뒤를 따라왔다.

하지만 걸어보더니 뭔가 힘든 걸 직감했는지 내가 힘들면 엄마한테 가라고 했더니 바로 뒤돌아서 씽 달려가더라ㅋㅋ

뭐, 어쩔 수 있나, 이번에도 아빠 혼자 정상까지 가봐야지~

 

 

 

 

 

 

 

 

 

 

아내와 두 자식을 남겨두고 열심히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사실 우도봉 정상은 정상이라는 의미 말고 큰 감흥은 없었다.

섬 중앙 쪽으로 담수처리시설과 무덤이 잘 보인다는 것 빼고는 경치 또한 아래 쪽이 훨씬 나아 보였다.

말 그대로 정상이라는 것 하나 밖에 와닿는 게 없었다.

 

대신 중간에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정부 건물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아마도 그 쪽으로 간다면 뭔가 멋진 경치를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가 들긴 했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갈 수가 있어야지ㅎㅎ

 

 

 

 

 

 

 

 

 

 

왔다는 증거사진으로 셀카나 하나 찍은 뒤에 안쪽으로 난 길을 통해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아래로 향했다.

주변에 억새밭? 갈대밭?도 있어서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올 것 같았지만 혼자서 무슨 재미로 사진을 찍겠는가ㅎㅎ

역시 여행이란 건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게 즐겁다. 나에게 솔로 여행은 앙꼬 없는 찐빵과 마찬가지~

그나마 아내가 체력이 좋으면 나랑 같이 다닐 텐데, 이제는 애들이 어서 커서 나와 같이 다니는 걸 기대하는 게 더 빠를 듯 싶다.

 

가족과 상봉한 뒤에 이제 다음 코스로 우도봉에서 보았던 돌칸이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