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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비양도라는 이름의 섬이 두 곳이 있다.

하나는 협재, 금능 해수욕장 맞은편에 위치한 비양도, 다른 하나는 우도에 있는 비양도이다.

그리고 보통 비양도 여행이라고 하면 협재해수욕장 쪽의 비양도를 말하지, 우도의 비양도는 우도 캠핑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이번 비양도 여행은 순전히 부모님을 위해서 찾아간 것인데, 어머니가 친구분한테 제주도의 비양도가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으셔서 이번에 제주도로 오신 김에 한번 구경하려고 찾아갔다.

 

 

 

 

비양도 가는 배시간은 하루에 총 세 번 있다.

한림항에서 아침 9시, 오후 12시, 오후 3시에 출발하니 보통은 아침 9시배를 타고 오후 12시배를 타고 나오거나 오후 12시 배를 타고 오후 3시 배로 나오는 게 기본 일정이다.

 

우리는 아침 9시 배를 타려고 했지만 가족이 많다보니 아침 일찍 서두르기가 어려워 결국 오후 12시 배를 타기로 했다.

 

처음에는 한림항 도선 대합실을 찾기가 어려워서 이상한 항구(화물 실는 곳)에 들어가서 헤맸는데, 그냥 큰 길 따라 쭉 가다보면 나오더라~

좀더 구체적으로는 해양 경찰서 바로 옆 건물이었다.

 

 

 

 

 

11시 40분 쯤에 도착해서 나름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매표를 하고 난 뒤에 배가 출발한다고 빨리 타라고 난리였다.

12시가 되기도 전에 출발한다니, 12시 되기 전에 한번 더 출발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기분따라 출발하는 건지 모르겠다.

(비양도 가실 분들은 최소 30분 전에 도착하시길~)

 

 

 

 

 

 

 

 

 

거리가 가깝다 보니 배는 굉장히 작은 편이었다.

정원이 50인이었고, 대합실은 2개가 갖추어졌다.

 

우리는 가장 마지막에 탑승을 했는데, 2대합실 쪽에는 사람이 가득 차서 앉을 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 다른 대합실이 없나 하고 뒤졌더니 1대합실 쪽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아무래도 계단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다 보니 사람들이 이곳에 앉을 생각을 하지 못 한 모양이다.

 

 

 

 

 

덕분에 우리 가족 전용 객실이 되어버렸다.

왠지 모르게 VIP 대접을 받는 듣한 느낌?ㅋㅋ

 

아버지는 들어가자 마자 자리에 누우셨고, 아들은 할아버지와 장난을 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안에서 간단하게 다과 시간을 가진 다음에 바깥 풍경을 찍으러 나왔다.

 

 

 

 

 

 

 

 

바닷가 사진이야 거기서 거기지~ㅎㅎ

 

비양도가 워낙에 가까운 섬인지라 15분, 잠깐 누워서 눈 붙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배가 항구에 도착한 뒤에 주변을 둘러보니 비양도에 대한 안내 표지판이 보였다.

 

볼거리는 딱히 없어 보였고, 산책로는 비양도를 한바퀴 도는 코스와 정상을 올라가는 등반 코스가 있었다.

어머니 말로는 정상을 올라갔다 오면 체력이 쭉 빠지기 때문에 주변을 먼저 둘러보는 게 낫다고 했는데, 우리가 점심을 안 먹은 데다 주변을 먼저 돌면 애들 끌고 정상 위로 못 올라갈 것 같았다.

 

그래서 차라리 정상을 먼저 후다닥 찍고 온 뒤에 점심을 먹고 섬도 한바퀴 돌지 말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아내는 도착하자마자 볼 게 전혀 안 보인다고 다시 배타고 나가잰다ㅎㅎ

걷는 것도 피곤하니 차라리 해수욕장에서 애들을 풀어주고 싶어 했지만, 그건 나중의 일정이었고 지금은 비양도에 온 김에 정상을 정복할 때였다!

 

아이들은 해가 쨍쨍 내리쬐는 데다 계속 오르막길이 보이니 중간중간 안 가겠다고 칭얼댄다.

그걸 어르고 달래면서 몇 분 더 가다보니까 이제 비탈길이 아닌 계단 코스가 등장했다.

 

 

 

 

 

 

 

정상까지 500m.

요게 생각보다 장난 아닌 거리였다.

 

특히 대부분이 오르막 계단으로 되어 있고, 평지가 거의 없었기에 아이들은 중간중간 계속 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안 가겠다고 울며 떼쓰는 건 아니었으니 그것만 해도 어디겠는가~

 

한참을 올라가서 정상처럼 보이는 곳에 다다렀더니 아직도 비양도의 정상은 저 멀리 자리잡고 있는 게 보였다.

과연 아이들 끌고 저 위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할아버지는 손자가 힘들어 보였는지 도중에 업어주기도 했다.

물론 힘이 부쳤는지 금방 내려주기는 했지만ㅎ

 

이날 시계는 안개가 껴서 그렇게 좋지 않았다.

맑은 날에는 한라산도 잘 보였겠지만, 한라산은 커녕 가까이에 있는 오름 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비양도가 재미있었던 게 중간에 이런 대나무 숲길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누가 보면 담양 대나무숲이라도 온 줄 알겠다ㅎㅎ

 

제주도가 옛날에는 대나무를 많이 길렀다고 하던데 비양도에 와서에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대나무가 빽빽하고 울창한 편이라 구도만 잘 잡으면 그림 같은 사진이 나올 것 같았는데, 실력이 모잘라서 다소 평범하게 보이는 느낌이다.

 

 

 

 

 

 

드디어 정상 바로 밑에 위치한 전망대에 도착했다.

아내는 힘들어서인지 여기가 정상이라고 더 이상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눈 앞에 버젓이 등대가 있는 정상이 보이는 데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바둥댄다ㅎㅎ

 

그래도 여기까지 올라온 보람이 느껴졌던 이유 중에 하나는 이 망원경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보통 관광지에서 망원경 이용하려면 500원짜리 동전을 넣어야 하고, 그것마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참 돈 먹는 기계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선 보고 싶은 만큼 마음껏 봐도 되고, 더불어 사람도 없어서 누구 신경 쓸 필요 조차 없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돈 없다고 잘 안 보여준 아이들에게도 이번 기회에 망원경을 실컷 보게 했다.

과연 아이들이 망원경의 원리에 대해서, 멀리 있는 게 가깝게 보인다는 사실에 대해서 알기나 하고 좋아하는 것일까?

 

 

 

 

 

 

드디어 저 멀리 보이는 정상으로 가야할 때가 되었다...!

 

여기는 경사가 상당히 심했는데, 주변에 잔디도 깎아놓고 치우지를 않아서 무게 중심을 잘 못 잡았다간 그냥 데굴데굴 구를 만큼 다소 위험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이런 위험 구간을 씩씩하게 잘 올라가 주었고, 도리어 아내는 힘들다고 축 처져서 결국엔 중도 포기~

 

그다지 긴 구간도 아닌데 체력이 왜 그렇게 약한지 모르겠다.

나중에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애들이 아니라 마누라 체력 걱정을 먼저 하게 생겼다.

(짐수레에 실어서 밀고 다녀야 되나?)

 

 

 

 

 

 

 

 

정상은 비양도 최고(最高) 지점이라는 것 말고 딱히 큰 감흥이 없었다.

 

멀리 육지라도 보였더라면 뭔가 느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시야가 뿌얘서 파란 바다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비양도 정상에 염소똥이 많다고 했는데 진짜 많기는 많더라~

염소는 주변에 보이지도 않는데 뭔 염소똥이 이다지도 많은 건지 모르겠다.

 

염소라도 있었으면 애들에게 염소 구경도 시켜주면서 정상에서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르겠지만, 망망 대해와 바람 밖에 없는 곳이라 딱히 시간 떼울만한 게 없었다.

그래도 정상이라서 그런지 바람은 참 시원하게 잘 불더라~

 

비양도 정상에서 가족 사진을 여러장 찍은 뒤에 이제 점심을 먹으러 돌아가기로 했다.

 

 

 

 

 

 

 

점심 메뉴는 호돌이 식당의 보말죽.

비양도 맛집을 찾으면 요 호돌이 식당이 많이 거론된다.

 

예전에 마라도 갔을 때 짜장면을 못 먹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맛이 있든 없든 그래도 특산물(?)을 한번 먹어보고 나가기로 했다.

 

 

 

 

 

 

 

 

 

보말죽은 1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기에 보말죽을 2개 시키고, 추가로 한치물회를 하나 주문했다.

 

맛 평가를 하자면 가족들은 다들 맛있게 먹었지만, 내 입맛에는 딱히~

반찬들도 딱히 맛있지가 않고, 보말죽은 뭔가 느끼했다.

 

게다가 한치물회는 첫 맛은 매콤해서 괜찮았지만 중간 이후부터 비려서 내 입 맛에는 영 아니었다.

뭐, 내가 회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어쨌든 가격 대비 그다지 맛집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고 다른 가족들은 다들 맛있게 잘 먹었던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나니 시간이 약 1시간 넘게 남았다.

 

아내는 체력이 방전되어 따로 가고 싶어하는 곳이 없었지만, 애들이나 할아버지, 할머니나 아직 체력에 여유는 있어 보였다.

그래서 쉬엄쉬엄 섬 한바퀴를 돌까 했는데,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을 보더니 놀이터에 홀릭해서 떠날 생각을 안 했다.

 

할 수 없이 나와 아내가 애들을 보고 부모님만 섬 한 바퀴 일주를 권해드렸다.

그런데 아내가 어차피 애들은 놀이터에 잘 노니까 자기 혼자 봐도 된다고 해서 나도 뒤늦게 비양도 주변 탐사에 나섰다.

 

 

 

 

 

 

 

처음에 등장한 곳은 요런 연못이었다.

 

비양도의 섬 크기와 비교하자면 나름 큰 연못이라고 할 수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보지 않아서 물고기가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깊이는 그렇게 깊지 않은 곳이었다.

 

풍광이 뭔가 이색적이어서 한바퀴 쉬엄쉬엄 둘러보면 좋았을 텐데, 배 시간에 늦을까봐 사진만 찍고 지나갔다.

 

 

 

 

 

비양도에서 마음에 들었던 사진 찍는 포인트.

사진이 다소 흔들렸지만 구도가 참 예뻤다.

 

구도만 제대로 잡았다면 뭔가 엽서에 나오는 사진 같은 느낌이 된달까?

보다 잘 찍고 싶었는데 이름 모를 행인(?)이 너무 후다닥 지나가는 바람에 그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 했다.

 

나름 영화 속 분위기 있는 한 장면 같았는데~

 

 

 

 

 

 

 

요건 엄마가 애기를 업고 있는 바위라고 했나 그랬던 것 같다.

 

뒤에서 보니 확실히 아기가 업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다만 옆면이나 앞면에서는 그런 느낌이 다소 덜 했다.

 

 

 

 

 

 

 

이런 암석들도 전시가 되어 있는데 다 비양도에서 나온 건지, 그냥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무 사이로 작은 나무 숲이 보여서 신기한 기분에 찍은 사진이다.

저 가운데 나무들이 대나무인 건가?

 

 

 

 

 

 

먼저 간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잡으려고 했는데 계속 사진을 찍으면서 쫓아가다 보니까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모자를지도 모른다고 해서 후다닥 다녀오시라고 했는데, 시계를 안 보고 가시는 건지 말 그대로 질주를 하듯 가셨다.

 

열심히 걸어서 따라잡는다 싶었다가도 사진을 찍고 보면 어느새 다시 저 멀리 떠나가 계신다;;

그래도 여행을 왔는데 사진이라도 찍으면서 좀 여유롭게 다니시지;;;

 

 

 

 

 

 

중간에 해녀도 한분 보았다.

항구에서 물질을 혼자 하지 말라는 표지판이 보였는데 왜 혼자 하고 계신걸까?

 

 

 

 

 

아니, 이것은 바로 랑카위에서 보았던 임산부 섬!!

 

왠지 모르게 임산부가 생각나는 바위다.

 

 

 

 

 

 

드디어 비양도 항구가 있는 노란 등대까지 도착.

 

쉴 틈 없이 걷고 사진만 찍어대서 대체 뭘 구경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쨌든 여기까지 다 와서 부모님과 상봉할 수 있었다.

 

이제 아내와 애들을 만나러 갈 차례였는데, 학교에 있을 줄 알았던 애들이 항구 대합실 쪽에 있었다.

아무래도 둘이서만 놀다보니 많이 심심했던 모양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너무 일찍 돌아서 배가 오기까지 한 30분 정도는 남았다.

 

이렇다할 시간 떼울 게 없어서 건물 2층에 있는 도서관도 구경했다.

정말 시골 동네 도서실 수준으로 책이 얼마 없긴 했지만 그래도 애들 책이 몇 권 있어서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기고 나는 흥미가 가는 책들 몇 권을 골라서 보다보니 어느새 우리를 태울 배가 도착했다.

 

 

 

 

 

 

아이들은 오늘 하루 많이 피곤했던지 배에 타자마자 그대로 취침 모드ㅋㅋ

배가 파도에 적당히 흔들렸으니 골아떨어지기에는 참 좋은 환경이었을 것이다.

 

비양도에 가기 전에는 3시간 정도로 섬 구경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막상 둘러보니 2시간 정도면 충분했다.

우리는 유아 둘을 끌고 돌아다닌 게 그 정도였으니 성인 걸음으로는 한 1시간 반 정도면 될려나?

 

어쨌든 비양도에 대한 기대는 그다지 안 하고 있었기에 그냥 무난했던 관광지라는 생각이 든다.

배값도 왕복 6천원이면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고 말이다.

 

다만 한번 오면 끝~ 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딱히 볼만한 게 없는 동네였고, 말 그대로 다시 비양도를 찾을 일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