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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전에 공원에 갔더니 우리 딸(5살)과 비슷한 또래의 애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게 보였다.

약간 더 컸던 것 같기는 했는데 어쨌든 그걸 보고 아내가 애들에게도 인라인 스케이트를 사줘야겠다고 해서 바로 온라인 쇼핑을 시작, 급기야 인라인 스케이트 2개에 네발 자전거 한 대까지 골랐다.

 

네발 자전거야 큰 딸이 탈려고 했기에 사주려고는 했는데, 인라인 스케이트는 확실히 복병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질러야지;

 

그렇게 해서 인라인 스케이트와 자전거가 도착했다.

아이들도 유치원, 어린이집을 다녀와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보더니 반가운지 너도나도 신겠다고 난리였다.

 

하지만 신는 것이 고작.

집 안에서 한번 타보라고 했더니 역시나 타지를 못 한다.

 

특히 그냥 마루 바닥은 미끄러워서 꽈당하기 일수고, 그나마 장판이 우둘투둘 해서 서서 걷는 건 가능했다.

하긴, 첫 술에 배부를 수가 없겠지.

만약 애들이 신자마자 잘 탔다면 이건 TV특종 놀라운 세상에 내보낼 일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5살인 누나보다 4살인 남동생이 훨씬 더 잘 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남자애라서 그런지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들 녀석은 뒤로 발라당, 꽈당 넘어져도 웃으면서 다시 일어나서 타려고 했고, 딸은 한번 넘어지면 좀처럼 일어나질 않았다.

결국 딸은 혼자서 일어서는 것조차 못 했지만, 같은 시각 그녀의 남동생은 혼자서 일어나고, 걷고, 심지어 미끄러운 마루바닥에서 미끄러지기까지 했다.

 

일단 저녁 때에 요렇게 태우기만 하고, 본격적으로는 다음 날 밖에 나가서 타보기로 했다.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으로 가보니 행사가 진행중이었는데, 거길 지나서 반대편으로 가니 사람도 없고, 차도 없고, 길도 잘 닦여 있어서 애들을 풀어놔도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이곳에서 애들에게 안전장비를 다 착용시킨 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라고 했는데 역시 딸은 걷는 게 고작이었고, 아들만 신나서 이리 쿵, 저리 쿵 넘어지고 난리였다.

게다가 살짝 경사가 있기 때문에 가만히 중심만 잡으면 쭉 미끄러지니 그것도 재밌어하는 듯 싶었다.

 

딸은 몇 번 넘어지고 엄마한테 큰 소리를 들으니 이내 울음을 터뜨리고 이제 인라인 스케이트를 안 탄댄다ㅋㅋ

그래서 둘 모두 그냥 엄마에게 맡기고 아빠는 쉬고 있었는데 어느새 보니 딸도 자세를 잡고 그럴 듯 하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물론 말이 탄다는 것이지 그냥 버티고 서 있는 게 전부였고, 아직 스스로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건 딸이나 아들이나 요원해 보였다.

그래도 아이들이 재미있어는 하니 사긴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4살, 5살짜리 아이들에게 인라인스케이트가 너무 이른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한 달 정도 넘어지면 얼추 타지 않을까 싶었다.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을 다녀온 뒤에 차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서 집에 도착하니 집에서도 타겠다고 해서 또 태워졌다.

그렇게 열정을 가진다면 정말 조만간이면 스스로 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사기 전까지는 인라인 스케이트가 제어가 잘 안 되기 때문에 다치면 크게 다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애들이 앞으로 나가지를 못 하니 잘못 넘어지는 것 빼고는 큰 걱정이 없을 듯 싶다.

엉덩방아를 많이 찧어서 기저귀라도 2~3개 입혀야 되는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 그것도 뭐 넘어지다 보면 알아서 요령이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무책임한 아빠 ㅋㅋ).

 

그리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니 그만큼 체력 소모가 심해 밤에 잠을 잘 잔다는 건 예상했던 소득이다ㅋㅋ

부디 매일매일 어린이집, 유치원 다녀와서 열심히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밤에 일찍 자줬으면 좋겠구나,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