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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캠핑 여행 이튿날.

오늘은 오전 일찍 여행을 떠날까 했었는데, 아이들이 이번에도 의기투합 해서 오전 내내 놀이터에서 노는 바람에 점심을 먹고 나서야 길을 나설 수 있었다.

덕분에 캠핑장에서 아침과 점심 식사를 해결했으니 식비는 다소 굳긴 했다ㅋ

 

모구리 야영장에서 제주도 만장굴까지는 약 1시간 코스였는데, 대충 길따라서 과속(?)을 해주면 30~40분만에 찾아갈 수 있는 거리다.

사실 만장굴 역시 어제의 비자림과 마찬가지로 두 번째로 찾은 관광지이다.

 

처음에 왔을 때는 애들이 어려서 울퉁불퉁한 동굴 바닥길을 잘 걷지 못 했고, 더불어 어둡다고 무섭다며 난리를 치는 바람에 중도하차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엔 그 때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다시 찾은 것이다.

 

 

 

 

 

추석 당일이라서 그런지 차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그래도 주차를 아예 못 할 정도는 아닌지라 어렵지 않게 경차 주차장의 빈 자리에 주차를 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경차 주차장에 경차도 아닌 것들이 주차해놓은 것을 보면 괜시리 기분이 나빠진다ㅎㅎ

 

아이들은 오전 내내 놀이터에서 뛰놀았던 것이 힘들었던지 차에 타자마자 그대로 꿈나라로 직행했다.

얼마나 피곤했던지 만장굴 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깨우려고 해도 눈 깜짝 안 하고 일어나지를 않는다.

같이 온 일행의 아이도 마찬가지로 자고 있다고 해서 그냥 조금 더 재운 뒤에 애들이 깨면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오는 내내 잘 잤던 모양인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애들이 깼고 드디어 만장굴 이차 도전길에 올랐다!

 

 

 

 

 

 

 

 

제주도 만장굴의 입장료는 2천원.

다른 테마 관광지들과 비교하자면 싸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도민이기 때문에 모두 공짜~!

하긴 제주도민 공짜 관광지가 아니었다면 오지도 않았을 거지만ㅋ

 

동굴 안으로 들어서니 확실히 외부 기온과 비교해서 많이 서늘했다.

하지만 나는 내복과 긴팔 옷 + 목 스카프로 무장한 상태였기에 그런 추위 쯤이야 훗~ 하고 웃어줄 수 있었다.

 

내가 동굴을 오고 싶었던 다른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알레르기 비염 때문이었다.

내 알레르기 비염은 알러지 유발 물질이 많을 경우 증상이 심해지는데, 동굴처럼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없을 경우 내 코 상태가 어떨지 참 궁금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요소가 없는 것 같기는 한데 공기 자체가 차갑기 때문에 콧물이 흐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그렇게 심하게 나오는 건 아니고 중간중간 한번 씩 코를 풀어주는 정도였는데, 어쨌든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물론이고 차가운 공기 역시 나에게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역시 난 공기 따뜻한 동남아 같은 나라에서 살아야 되는 것인가~~

 

 

 

 

 

 

 

 

만장굴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자면, 이번엔 아이들이 제법 잘 걸어주었다.

여기저기 구멍이 있고 물웅덩이가 고여 있어서 나는 큰 딸 손을 잡고, 아내는 작은 아들 손을 잡고 갔다.

큰 딸은 그래도 말을 잘 듣는 편이라 여기저기 물웅덩이를 피하면서 잘 갔는데, 아들 녀석은 청개구리 마냥 오히려 물웅덩이로 뛰어들었는지 아내가 소리를 지르면서 난리도 아니었다ㅋㅋ

 

그나마 다행인 점은 큰 딸이 이번엔 동굴이 무섭지 않다고 해서 예전에 중도하차 했던 지점보다 훨씬 더 깊게 들어갈 수 있었다.

동굴 안은 생각보다 긴 편이었는데, 그래도 이대로만 가면 끝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에 내심 기대를 가득 안고 갔다.

 

허나 거의 끝 지점까지 갔을 무렵 사건이 터졌다.

큰 딸이 쉬야가 마렵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분명 주차장에서 화장실을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쉬야를 하겠다니 아무래도 무서워서 다시 나가고 싶어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여기까지 온 걸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구석에 가서 실례(?)를 하자고 했지만 큰 딸이 한사코 거부를 했다.

 

결국 내 손을 뿌리치고는 한참 뒤쪽에 있는 엄마에게 돌아가보리고 말았다.

아내와 같이 있던 둘째 아들도 누나가 쉬야하겠다고 하니 자기도 덩달아 하겠다며 난리를 치기 시작.

아내는 끝끝내 만장굴의 끝을 보지 못 하고 애들을 데리고 돌아나갈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따라서 나갈까 싶었지만 끝이 머지 않은 상태라서 그냥 후다닥 다녀오기로 결심하고 걸음을 서둘렀다.

 

 

 

 

 

 

 

 

 

용암 발가락인가 뭔가를 지나서 드디어 용암석주까지 도착을 했다.

이제껏 많은 동굴을 구경하면서 크고 아름다운 석주를 많이 봤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큰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도 제주도 만장굴의 끝을 봤다는 의미는 남게 되었다.

아내와 아이들도 여기까지 갔이 왔으면 좋을 텐데, 우리 애들은 왜 그렇게 겁이 많은지 모르겠다.

 

어쨌든 사진을 열심히 찍은 뒤에 사고뭉치 아이들을 돌보고 있을 아내를 돕기 위해 열심히 동굴 입구로 돌아나왔다.

하지만 만장굴 입구에 도착하니 예상과는 다르게 아이들이 엄마와 같이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여유롭게 사진을 많이 찍으면서 나올 걸 그랬다.

어차피 같이 간 일행도 아이가 있어서 나오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텐데 말이다.

 

 

 

 

(사진 설명 : 아이들이 사진을 찍겠다고 해서 비석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그 뒤로 휠체어에 앉은 할머니가 사진을 찍겠다고 우리 아이들 앞에 섰다. 그래서 사진을 찍겠다고 우리 아이들에게 비켜달라는데 사실 자리를 맡은 건 우리 애들이 먼저였다. 그래도 노인 공경을 위해 애들에게 비켜주라고 했지만 아이들이 나오지를 않는다ㅎㅎ 결국 이름 모를 할머니까지 포함해서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니 그제야 아이들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런데 누군지도 모르는 할머니께서 내 카메라를 보고 있어서 이 사진만 놓고 보면 애들 할머니로 오해할만한 사진이 되버리고 말았다ㅋㅋ)

 

 

그런데 아내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거짓말을 한 줄 알았던 큰 딸이 실제로 화장실 가서 쉬야도 하고 큰 거(?)도 제법 했다고 한다.

만장굴 입구 근처까지 와서는 나올 것 같다고 해서 뛰기까지 했다고 하니 만약 딸의 의견을 무시하고 끝까지 들어갔다간 큰 봉변(?)을 당할뻔 했다.

역시 우리 딸이 자기 의사는 확실히 똑부러지는구나.

 

아내는 이번에도 만장굴의 끝을 눈으로 직접 보지 못했다고 많이 아쉬워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한 언젠가는 한번 기회가 더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2년 동안 살면서 단 한 번 밖에 찾아오지 않은 곳이기도 하니 그럴 날이 과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