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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라면 다들 시댁이나 친정, 처가에 방문한다고 극성이겠지만, 우리 가족은 제주도에 살기 때문에 그 모든 행사에 면제부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네 가족이 서울로 올라간다면 왕복 비행기값만 50만원이 넘게 나오니(성수기라서)농담조차 서울로 오라는 말이 안 나온다ㅎㅎ

 

나는 이렇게 여유로운 때를 늘어지게 즐기고 싶었지만, 아내는 가뜩이나 명절인데 집 안에만 처박혀 있기 싫었는지 캠핑여행을 떠나잰다.
감기에 걸려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도 방콕만은 하기 싫다고 하니 뭐, 그렇게 몸이 아프진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떠나게 된 제주도 캠핑 여행!
그 목적지는 바로 성산읍, 제주도 동쪽에 위치한 모구리 야영장이다.
나는 돈내코 야영장이 무료인데다 놀이터가 있고, 암벽등반도 있다고 열심히 꼬셨지만 아내는 관리사무실이 있는 곳이 치안 같은 부분에서 안전하다고 한사코 양보를 하지 않아 결국 모구리로 향했다(Good bye, 나의 암벽등반~)

 

아이들은 평소 같으면 졸렵다고 늦잠을 자고 있었겠지만, 어제부터 캠핑 여행을 떠난다고 언질을 했기 때문인지 아침 일찍부터 알아서들 잘 일어난다.
큰 딸은 캠핑 여행이라고 하면 텐트치고 노는 거냐고 물어보면서 좋아하는데, 둘째 아들은 그냥 나간다는 것 하나만으로 신이 나는 모양이다.
우리 애들은 대체 누굴 닮아서 이렇게 밖에 싸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지~
그래도 아침부터 설쳐댔기 때문인지 차에 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둘 모두 곯아떨어졌다.

 

추석 연휴라서 캠핑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어 출발 전에 모구리야영장에 미리 전화를 해봤더니 만석이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수도권이나 혹은 육지였다면 이런 시기에는 대부분 만석일 텐데 확실히 제주도가 섬은 섬인 모양이다.

다만 모구리 야영장에 도착을 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서 살짝 놀라기는 했다.

 

 

 

 

 

 

 

나름 여유로운 캠핑을 할 거라 예상했는데, 실제로 캠핑장 안으로 들어가보니 놀이터 주변 같은 자리는 벌써 자리가 다 차서 텐트를 칠 곳이 없을 정도였다.

아내는 결제를 하고 텐트 자리를 알아보기로 하고, 나는 리어카(짐수레)를 끌고 다시 마티즈가 세워진 곳으로 돌아왔다.

 

짐이 적었다면 다른 가족들처럼 아이들을 태우고 올라갈 테지만 마티즈 안에(그것도 네 명이 탄) 뭔 짐이 그렇게 많이 들어갔는지 짐수레에 한가득 실려서 뒤에서 누가 안 잡아주면 무너질 정도였다.

남들은 캠핑여행을 위해 차를 SUV, RV로 바꾼다고 하지만 우리 가족은 마티즈로도 충분히 캠핑을 즐기고 있으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음, 쉐보레에서 마티즈 캠핑여행과 관련해서 광고라도 안 들어오려나?ㅋㅋㅋ

 

 

 

 

 

 

 

아내가 점찍어둔 자리는 총 세 곳이었고 그 중 화장실과 취사장이 가까운 위쪽 부지로 올라갔다.

아무래도 애들이 있고, 설거지도 편하게 하려면 그 두 개의 시설이 가까운 쪽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놀이터가 시야에 안 들어온다는 점은 아쉬운 사항이지만 애들이 4살, 5살이라 이제 어느정도 말귀를 알아 듣고, 주변에 차가 돌아다니는 오토캠핑장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애들끼리 놀라고 풀어주었다.

특히 우리 애들은 같이 온 이웃 동네 가족의 5살짜리 친구 한 명이 더 생겨서인지 평소보다 훨씬 활발하게 놀았다.

둘이서 놀 때는 놀다가 아빠, 엄마한테 와서 같이 놀아달라고 하는데, 세 명이서는 그런 얘기가 일절 나오지 않고 서로 잘들 논다.

역시 애들을 키우는 건 세 명이 진리인 것인가?ㅋㅋㅋ

 

텐트를 다 치고, 짐 정리를 끝낸 다음에 잠깐 쉬면서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나는 애들을 모구리 야영장에서 실컷 놀게 해주고 싶었지만 아내는 그런 마음이 전혀 없었는지 어디 나가자고 보채기 시작했다.

감기에 걸려서 몸이 아프다는 사람이 텐트 치고, 짐 정리 다 하고 다시 놀러 나가자고 하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 마음은 갈대라는 걸 이럴 떄 쓰는 건가?(절대 아니지)

 

그래서 우리가 아직 가지 못 한 사려니숲길과 비자림 중에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오후 시간대이기도 하고,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비자림을 선택했다.

사실 비자림은 두 번째 찾아가는 것이긴 했는데, 첫 번째 때는 제법 추운 날에 찾아간 데다 옷도 얇게 입어서 날씨를 못 이겨 중도 하차했었다.

어쨌든 이번엔 제대로 완주(?)를 했고, 새천년 비자나무까지 보고 왔는데 관련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에서~

 

 

 

 

 

 

 

비자림을 보고 온 뒤에 저녁 식사로는 캠핑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바베큐 파티~

모구리 야영장 근처에 있는 하나로마트에서 삽겹살 두 근과 소세지, 떡 및 음류수를 구입한 뒤에 텐트로 돌아왔다.

집에서 가져온 숯에 토치로 불을 붙이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고기가 빨리 익지를 않았다.

내심 숯을 많이 가져온 게 아닌가 싶었는데, 2근을 한번에 굽기에는 다소 무리였더라.

나중에는 높이를 조절하는 판을 빼고 불판만 숯불 위에 올려서 겨우겨우 2근을 다 구워먹을 수 있었다.

 

우리 네 가족은 보통 삽겹살을 500g정도 먹는데, 애들이 밖에 나온 데다 친구까지 같이 있어서인지 엄청 먹어댔다.

내심 2근은 너무 많이 산 게 아닐까 싶었는데, 같이 샀던 떡 한조각도 안 남기고 모두 해치웠으니 요런게 캠핑 버프가 아닐까 싶다.

 

저녁을 먹은 뒤에 설거지는 아빠 둘이서 했다.

그래도 밥은 먹지 않아서 설거지 거리가 많지는 않더라~

 

원래는 저녁을 먹고 극기훈련(?)을 하러 가려고 했는데, 식사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오늘 하루는 그냥 쉬기로 했다.

아이들도 오늘 하루 종일 놀이터에서 놀고, 비자림에서 열심히 뛰어서인지 텐트에 들어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골아떨어졌다.

다만 비염 때문에 고생하는 나만 컴퓨터를 붙잡고 버티다가 슬슬 진정이 되어서야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