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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유아 혹은 어린 자녀와 함께 여행할만한 곳으로 비자림을 꼽고 싶다.

시작부터 약간 오르막길이긴 하지만 경사가 그다지 높지 않으며, 길이 평탄해서 잘 걷지 못 하는 아이의 경우 유모차를 이용하기에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모구리 야영장에 보금자리를 튼 우리 가족은 오늘의 관광지로 제주도 비자림을 선정했다.

추석 전날이라서 그런지 관광객들이 무척 많아서 주차할 공간도 겨우 찾을 정도였다.

 

입장료는 1,500원으로 무척 저렴한 편이지만 우리는 제주도민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주민등록증을 내밀었다.

이럴 때는 도민이라는 것이 참 너무나 행복하다ㅎㅎ

 

 

 

 

 

 

 

비자림 공원 안쪽으로는 화장실이 없다고 해서 아이들을 화장실에 보낼까 했었는데, 애들이 캠핑장에서 이미 쉬야를 하고 왔다고 해서 그냥 올라갔다.

그런데 이놈들이 화장실을 통과한지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쉬야가 마렵다고 난리를 치는 것이 아닌가?

화장실에 갈거냐고 물어봤을 때는 괜찮다고 하더니만, 몇 분도 안 되서 쉬야가 마렵다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래서 할 수 없이 사람들이 안 오는 틈을 노려 길가에다 소변을 보게 했다.

헌데 나오는 양이 질질질, 뚝~ 무슨 소주 한컵 분량도 되지 않는다.

별로 소변이 마려운 것도 아니면서 나온다고 설쳐댄 녀석들이 참 어이없게 느껴졌다.

 

 

 

 

 

 

 

 

어쨌든 애들은 소변을 보고 나니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선 녀석은 바로 둘째 아들로 이놈은 어딜 가든지 평범하게 걸어가는 꼴을 못 본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손가락으로 총을 만들어 빵야빵야도 하고 참 사방팔방으로 잘도 돌아다닌다.

그러면 시합을 위해서 큰 딸도 동생 따라 같이 뛰고, 그러면 그런 아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엄마, 아빠도 뛰게 된다ㅋㅋ

 

그나마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게 다행이었다.

특히 아내가 아이들에게 매 쉬는 구간 마다 과자를 준다고 해서 아이들이 더 달려갔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비자림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하자면, 비자 나무가 있는 숲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비자 나무란 한자의 아닐 비(非)를 의미하는데 즉 나무가 한자의 非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비자 나무라고 부르는 것이랜다.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비자림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웅장하게 생긴 비자나무를 보니 확실히 한자의 非자를 닮았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애들 입장에선 이 나무나 저 나무나 그게 그거지 뭐가 관심이 있겠는가?

어서 빨리 다음 쉬는 코스로 가서 과자를 먹는 것이 유일한 낙처럼 보였다ㅎㅎ

 

나는 비자림에 들어서니 콧물이 봇물 터지듯 줄줄 흘러서 최후의 수단으로 휴지를 양쪽 코에 틀어막았다.

그리고 마스크를 쓴 상태로 입으로만 숨을 쉬었는데, 그나마 마스크를 써서 그런지 목이 칼칼하게 마르진 않았다.

아, 이놈의 콧물이 어찌나 쏟아지던지 참 고생했다.

역시 내 알레르기 비염은 알러지 유발 인자를 피하는 게 최선인 모양이다.

 

 

 

 

 

 

 

비자림 제일 끝쪽에 찾아가면 연리목과 새천년 비자나무가 있다.

연리목은 두 개의 나무가 하나로 합쳐진 것인데, 설명과는 다르게 생김새는 하나의 나무가 두 개로 갈라져 있는 듯 한 모습이었다.

음...그냥 연리목처럼 생겼다고 해서 연리목으로 이름을 붙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새천년 비자나무는 원래 수령이 800년 정도 되었는데, 그냥 의미상으로 새천년이란 타이틀을 붙였다고 한다ㅎㅎ

그래도 그런 타이틀이 어울릴 법하게 나무 자체는 다른 나무의 두세 배 될 정도로 기둥이 굵었다.

같이 온 일행은 양평의 은행나무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그걸 보지 못 한 나로서는 그럭저럭 볼만은 했다.

뭐, 그렇다고 우와~ 짱이다! 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는 아니었지만ㅋ

 

 

 

 

 

 

 

새천년 비자나무까지 본 뒤 다시 돌아서 내려오는 길.

이번에도 역시 아이들은 열심히 뛰어갔다.

음..... 이 녀석들 데리고 이제 중국의 장가계 정도는 갈 수 있으려나?

모구리 야영장 놀이터에서 그렇게 놀고도 저렇게 뛰어다니는 걸 보면 확실히 체력이 많이 붙기는 붙은 모양이다.

내년 쯤에는 한번 한라산에 도전해보는 것도 고려해봐야겠다ㅋ

 

돌아서 내려가는 길은 돌담이 있었는데 이것도 나름 운치가 있는 길이었다.

여유가 있다면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오손도손 갔으면 좋으련만, 이 녀석들이 도통 말을 듣질 않는다.

기껏해야 쉬는 타이밍에 몰래몰래 사진을 찍는 게 전부였으니 말이다~

 

 

 

 

 

 

비자림을 한바퀴 돌고 나서야 코스를 확인해보았는데 총 길이가 2.2km 정도라고 한다.

사려니 숲길은 그보다 훨씬 길다고 알고 있는데, 쉬엄쉬엄 걷는다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사려니숲길은 왕복하는 코스가 아닌지라 코스를 어떻게 잡는지가 문제일 것 같다.

 

비자림은 확실히 코스가 비교적 짧고, 길도 평탄해서 어린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기에 딱 좋은 관광지란 생각이 든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돌아보고도 싶은데, 집에서 워낙에 거리가 멀기 떄문에 다시 한번 찾을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