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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선호 사상은 과연 어디에서 오게 된 것일까?

네쌍 2015. 10. 11. 08:06

엊그제가 한글날이었습니다.

그래서 SBS뉴스에서도 한글날과 관련하여 시중 상점에서 한글간판과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 간판의 사용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보았는데요, 약 49% 즉, 반절이 외국어 간판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일부 간판은 한글 표기 없이 아예 외국어만 적어놓은 곳들도 있는데요, 영어간판이야 워낙에 익숙해서 그러려니 싶겠지만, 일본어 간판만 해놓은 곳도 꽤 많더군요.

 

현행법상 상점 간판은 한글을 반드시 표시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라네요.

그렇다면 왜 상점 주인은 외국어 간판을 단 것일까요?

 

한 가지 이유는 한글 간판을 쓰려고 해도 인터넷 처럼 예쁜 폰트가 없어서 개성있는 간판을 못 다는 문제가 있으며, 다른 하나는 손님들이 한글보다 외국어 간판을 선호해서 그렇다고도 합니다.

 

실제 인터뷰 내용에서도 일본어 간판만 쓰여져 있는게 더 일본스럽고 좋다고 하면서 그게 한글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한 <한글을 쓰면 촌스러워 보이나? 그렇게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당연히 외국어를 쓰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 분도 한글간판을 옹호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상 한글이 촌스럽다고 느끼거나 아니면 주변이 촌스럽게 여긴다고 인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인터뷰를 했겠죠.

 

그렇다면 왜 이런 외국어 선호 사상이 나오게 되었을까요?

 

그건 다름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그런 풍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외국어를 쓰면 뭔가 멋있어 보인다. 그건 바로 뭔가 아는 듯이 보인다는 것이고, 그게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고 자신을 더 드러내보이려는 자만심에서 기인합니다. 한 마디로 허세민족이라는 것이지요.

 

나라를 봅시다. 동사무소라는 말을 주민센터로 바꿨지요? 아니 쓸데 없이 왜 '센터'라는 외국어를 고집했을까요? 영어로 Center도 아니고 한글로 센터로 붙인 건 대체 무슨 의도일까요?

 

방송을 봅시다. 런닝맨, 오마이베이비, 모닝와이드, 궁금한이야기 Y, 스타킹, 케이팝스타, 힐링캠프, 랠리스트 등등 대체 영어 이름이 아닌 프로그램이 몇 개나 됩니까? 그건 방송국PD가 영어를 좋아해서 그런 걸까요, 시청자들이 좋아해서 그런 걸까요?

 

게이머를 봅시다. MMORPG를 할 때 멋져 보이는 외국어 이름들을 짓는 건 어떻게 보시나요? 그리고 그걸 봤을 때 한심하다고 생각되나요, 그냥 그렇다고 생각되나요, 멋지다고 생각되나요?

 

사회를 봅시다. 대체 우리나라는 회사 취직을 위해 토익, JLPT, HSK 등등 얼마나 많은 외국어 자격증을 요구하고 있나요?

 

이처럼 온 사회 전체가 외국어는 짱이다, 한글은 고리타분하다 등 외국어데 대한 신봉을 하고 있으니 그깟 한글 간판이 안 보인다는 게 어떻게 보면 큰 일도 아닙니다.

 

우리와 가까운 두 나라인 일본과 중국을 보면 참 재밌습니다.

 

일본도 영어를 많이 쓰는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만, 재미있게도 우리나라와 일본이 영어를 가장 못 구사합니다.

 

반대로 중국은 철저히 한자를 고집합니다.

맥도날드는 마이땅라오(麦当劳)라고 한자를 씁니다. 마꾸도나루도라고 억지로 일본어를 쓰고 싶어하는 일본과 아주 대조적이지요.

그만큼 중국인들은 한자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중국인이 최고라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지요.

 

물론 외국어를 쓴다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글을 낮게 보고 그만큼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잃어가는 게 안타깝네요.